오두막.

오두막. 이 작품의 제목은 `오두막` 이다. 하지만 이것이 건축적 형태나 디자인에 연관되어 있지 않음은 작품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. 이 제목은 오히려 프로젝트를 대하는 건축주의 자세와 좀 더 연관되어 있다. 그들이 원했던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, 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`오두막` 이란 이름을 붙여버렸다.

건축주가 나에게 요구한 것은 다소 추상적이고, 로맨틱했다. 요구사항의 첫째는 `안방 같은 화장실`, 둘째는 `거실 같은 주방`, 셋째는 `서재 같지 않은 서재`였다. 그리고 그들은 덧붙여 예산이 적다는 것과 작은 규모의 집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.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현실적으로 서로 너무나 상반되는 조건들 이였고, 건축가로서 쉽게 공간이 그려지지 않았다. 하지만 긴 대화 끝에 한가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은, 건축주 부부가 원하는 그들의 집은 궁극적으로 규모나 자산의 가치로 환산되는 공간이 아닌, 장소의 정서와 분위기의 가치를 담고 있는 공간을 이야기 한다는 것 이였다.

오두막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최소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. 뼈대를 이루는 구조, ,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, 바람을 막아주는 벽, 햇빛이 따사로이 들어오는 창. 이 최소의 요소들의 조합으로 오두막이란 공간은 내가 머무를 수 있고, 거주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낸다. 이 프로젝트는 오두막이 가지는 이러한 소박한 정신을 바탕으로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그들이 10년동안 가꾸었던 대지를 되짚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발전되었다. 고백하건대 그 과정 중에 건축가인 나 자신의 욕심으로 형태적인 개입을 시도하기도 했었다.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건축주의 반대의 부딪쳤고, 그럴 때마다 스스로 `오두막`의 이미지를 떠올렸다. 결국, 대지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건축주의 보살핌이 더해진 장소의 분위기 속에서 단지 소박한 공간을 창조함으로써, `오두막` 안에서 경관이라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최소의 개입이자, 최대의 건축이었다.

그것을 판단하는 모든 평가잣대를 떠나, 이 땅의 모든 공간과 장소는 분명 그것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.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건축은 그 가치 안에 `오두막`을 지어놓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.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내가 그렇게 믿고 있는 `공간의 힘` 의 원천이 아닐까.